context #29 - 은마아파트 "쇳가루를 만지면 흥합니다"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고로 불리는 한보 부도 사건의 서막은 어이없게도 한 역술가의 예언으로부터 시작된다. 85년 가을쯤. 종로5가 보령약국 뒷편에 위치한 B철학원에 중절모를 눌러쓴 건장한 체구의 사나이가 찾아들었다. "새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가능성이 있습니까." 사나이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역술가는 이에 "흥한다"는 말로 답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간단히 종료됐고 중절모의 사나이는 타고 왔던 검은색 벤츠에 몸을 싣고 사라졌다. 중절모의 사나이는 다름아닌 정태수 한보철강 회장이었다. 숱한 곡절을 겪으며 '자물쇠''오뚝이''불사신'으로 불렸던 정 회장이 과연 무슨 이유로 철학원을 찾은 것일까. 비운의 기업 한보철강의 탄생 비화는 여기서 부터 출발한다. 신규사업으로 철강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던 정 회장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점술가에게 진단을 부탁했고, 긍정적인 답변에 만족했다. 운명을 이끄는 보이지 않는 힘의 존재를 확신했던 정 회장에게 "흥한다"는 역술가의 점괘는 사업성공을 알리는 청신호나 다름없었다. 정 회장이 서울 북부세무서 주사를 끝으로 23년간의 세무공무원 생활을 마감하게 된 계기도 역술가의 조언 때문이었다. "사업으로 대성할 운이니 당장 공무원 그만두고 흙(土)과 관련된 일을 하라"는 역술가의 조언에 힘입어 기업가로 변신한 정 회장은 이후 상상을 초월하는 성공가도를 달린다. 정 회장은 첫 사업으로 몰리브덴 광산을 개발해 사업기반을 다진데 이어 78년에는 당시 최대 규모인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4424세대를 분양,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흙과의 인연을 재확인했다. .... (2005/09/20 이데일리)
paradiso
2006-04-20 09: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