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유동 4.19 국립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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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는 관계로 어머님 뵙지 못하고 떠납니다.
끝까지 부정 선거 데모로 싸우겠습니다.
지금 저의 모든 친구들,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하여 피를 흘립니다.
어머님, 데모에 나간 저를 꾸짖지 마시옵소서.
우리들이 아니면 누가 데모를 하겠습니까?
저는 아직 철없는 줄 압니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길이 어떻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의 모든 학우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나간 것입니다.
저는 생명을 바쳐 싸우려고 합니다.
데모하다 죽어도 원이 없습니다.
어머님, 저를 사랑하시는 마음으로 무척 비통하게 생각하시겠지마는
온 겨레의 앞날과 민족의 해방을 위하여 기뻐해 주세요.
이미 저의 마음은 거리로 나가 있습니다.
너무도 조급하여 손이 잘 놀려지지 않는군요.
부디 몸 건강히 계셔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의 목숨은 이미 바치려고 결심하였습니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이만 그치겠습니다.
--- 진영숙
※ 진영숙 :
본적은 경기도 수원시. 1946년 5월 15일생.
동대문구 보문동에 살면서 한성여중 2학년에 재학중이었음.
4월 19일 시위에 참가, 버스에 분승하여 오후 7시경 미아리 파출소를 거쳐 시내로 가다가
미아리 고개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겼으나 8시경에 사망.
4월 희생자 중 유일하게 유서를 남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