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형에게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나처럼, 남의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아왔다.
형의 집이며 가구며 의자며, 하다못해 작은 장식품이라도 모두 자신의 손으로 만든 것이다.
못 가본 6개월 사이에 태어나 카페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자리를 잡고 앉은 대추나무도,
때로는 지독하게 향긋하거나 때로는 적당히 맛들어지게 익은 과실주 놈들도 제각기,
모두 형의 이야깃거리 중의 하나다.
난 돈이란걸 벌어서 그 돈으로 남의 것을 사다가 '사용'한다...
그 돈을 벌기 위해 난 남의 지식을 '사용'하고, 남에게 들은 이야기를 '이용'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형에게는 재산이 늘어가지만 나에게는 늘어가는 것이 없다.
얼마전 주윗사람 누군가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넌 그렇게 죽어라고 일만하다가 속절없이 늙어죽을거야"라고.
정말, 나에게 늘어가는 것은 속절없이 늘어만 가는 나이뿐이다.
2006. 3. 19 카페 '파랑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