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서 바라본 저녁노을
저녁의 시
정윤천
저녁이 오면
사람들의 마을에 아름다움의 빛깔이 든다
저녁이 온다고 마을이 저 혼자서 아름다워지랴
한낮의 온갖 수고와 비린 獸性들도 잠시 내려 두고
욕망의 시침질로 단단히 기웠던 가죽지갑도 주머니 속에 찔러 두고
서둘지 않아도 되는 걸음들로 사람들이 돌아오기도 하는 때
돌아와서 저마다의 창에 하나 둘의 등불을 내걸기도 하는 때
그러면 거기, 일순처럼 사람들의 마을로는 아름다움의 물감이 번지기도 한다
더러는 제 아이들의 재잘거림 속으로 방심과도 같은 마음의 등을 기대기도 하면
머리 위의 하늘에선 이 地上의 계급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어린 별들의 수런거림이 일렁이기도 하는 때
저녁이 오면
저녁이 오면
어디선가, 낮은 처마의 이마께를 어루만지며
스스럼 없는 바람의 숨결 같은 것이 시간의 긴한 어깨 위를 스치고 지나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