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것,
이제 어딜가나 초가 집을 본다는건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 어릴 적에는 시골 할아버지댁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커다란 뽕나무 뒤에 있던 어두컴컴한 변소, 휴지 대신으로 신문지를 일정한 크기로 잘라 굵은 철사에 걸어놓은 것하며 젖갈 냄새가 너무 심한 김치와 입에 맞지않는 반찬에도 불구하고 큰 놋그릇에 그릇의 두 배 넘게 밥을 내어 오시는 할머니, 또 할아버지 방에만 있던 TV를 맘대로 볼 수도 없었고,
그리고 축축하고 곰팡이 냄새나는 무거운 이불,
그 이불에 누우면 바라보이던 알록달록 얼룩진 낮고 울퉁불퉁한 천정.
..... 초가 지붕 안에는 고양이도 살고 쥐도살고 굼벵이도 살고 그 밖에 많은 것들이 산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천장의 얼룩들은 쥐들이 맘 편하게 질러놓은 오줌자욱 이였다는 것도 나중에 나중에 알았습니다.
이제 그 시골집은 없습니다.
번듯한 양옥집으로 재건축 한지가 오래되어 이제 넓은 툇마루도 없고 어린강아지들을 괴롭히며 뛰어놀던 토방도 없습니다. 그리고 뽕나무가지가 투둑투둑 타 들어가던 숯검댕이 천지였던 그 흙바닥 부엌도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커다란 밥그릇에 담긴 엄청난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끙끙대고 있는 나를 위해,
" 이런 썩을 놈, 사내 놈이 밥을 먹어야 힘을쓰지, 옛다 오이에 고추장이나 찍어먹어라. " 라시며 할아버지 몰래 읍내에서 사오셨을 비닐봉지에 담긴 빨간 고추장을 가져다 주시던 할머니의 따스한 손길도 없습니다.
이렇게 하나 둘, 기억할 수 있는것이 남아있지 않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골,
이제 시골을 시골이라 부르기에도 어색하기만 합니다.
- 일요일, 2년만에 시제를 모시러 시골에 아이들을 데리고 갔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