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점심시간에 우리 반 교실에서 아이들의 메뉴를 함께 먹는다. 특별한 행동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나의 의식과 행동에 대해 오바하는 행동양식이라고 미리 오바하여 비난하지는 마시라. 특히 레이소다에 간간히 존재하는 교사 제위께서는 더더욱 오해말라. 화려한 조명을 의식하기에는 내 나이가 충분히 낡았기 때문이다. 내 행동은 지극히 소박한 의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세상을 향하거나 다른 교사들을 타겟으로 겨누는 한맺힌 총구는 아니다. 나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여 그렇게 하고 있다. -- 학교 급식이 존재하는 한, 단 한 명의 교사라도 매일 아이들의 식사를 먹어야 한다. 먹지 않고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 바람이라면, 단위 학교의 교장이나 교감이 그렇게 했으면 좋겠지만, -- 지난 학교에서 그들에게 두어차례 넌지시 제안을 해 보았지만, 그들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위와 같은 생각을 하며, 또 그 생각을 실천함에 있어서, 나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한다면 그 사실에 대해 또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음을 나는 안다. 그렇거나 말거나, 하여간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 사람의 행동양식은 여러가지 근거를 갖겠지만 그 중에서도 습관이란 건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나의 아무렇지도 않은 행동이 그러하고, 그에 대한 다른 누군가의 기묘한 시선들도 또한 대체로 습관에 기인한다. 음... 사실... 아무렇지도 않다라고는 했지만, 남들이 별로 취하지 않는 행동양식을 처음 시작할 적에는 몇 가지 난제가 있긴 하다. 애들과 밥을 함께 먹을 경우, 처음 얼마간 발생하게 되는 곤란한 경험들을 말해 보겠다. 우선, 아이들이 자꾸만 묻는다. --- 선생님, 왜 여기서 밥 먹어요? 아이들은 별 생각없이, 때로는 즐거운 시선으로 묻는 경우가 많으나 여하간에 식사 중 잦은 질문 공세에 시달린다는 것은 별로 달가운 일이 아니다. 두번째로 선생님들이 묻는다. --- 선생님은 왜 식사 안 하세요? (- 교사 식당에서...) --- 애들하고 교실에서 식사하는데요... 이렇게 말을 하면 그냥 대부분 잠자코 있는데, 올해에는 어떤 여선생님으로부터 참으로 대단한 추궁을 받기도 했다. 아마도 내가 식대를 지불하지 않고, 슬그머니 애들 밥을 축내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 그렇게 돈을 아껴 모아서 어디에 쓰시려고 그래요...? --- (좀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저도 선생님과 똑같이 매달 식대를 내고 있어요... 세번째로 곤란한 점은... 좀처럼 잘 알게 되지는 않지만, 어쩌다 교감이나 교장이... 내가 교실에서 애들과 식사하는 걸 알게 될 경우이다. 아직까지 그들은 그런 류의 행위에 대해 대체로 감동적인 마인드를 고수하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서둘러 뭔가 긍정적인 표현을 하려는 표정이 되거나, 성질 급한 이는 짧은 찬사를 읊조리곤 한다. 그러면 나는 황급히 다음과 같이 부언하여, 더 이상 말을 못 하게 만들어버린다. --- 내가 애들과 밥을 먹는 것은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짓이지, 다른 뜻은 전혀 없으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생각하지 마세요. --- 만일 어떤 방식으로든 특별하게 생각한다면, 나는 더 이상 애들과 밥을 먹지 못 합니다. 아시겠죠?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사실상 일부러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얼마 안가 그들은, 자연스레 그러려니 하게 되기는 한다. 그 밖에 대부분 나의 행동들은 전혀 교장이나 교감 맘에 들지 않으므로... 그 외, 교실 배식을 담당하는 아주머니들... 아주머니들 눈초리도 처음에는 좀 이상하게 여기거나, 경계하는 듯 하다가 머잖아 곧 매우 긍정적인 시선으로 나를 보게 된다. 뭐... 그런 이야기... 참고로 우리 학교 조리사님 솜씨는 정말 대단하며, 식재료도 매우 훌륭한 수준이다. 한 마디로 애들 식사가 이처럼 맛있는 학교는 처음이다. 그래서 애들도 다들 잘 먹는 편이다. 최소한 우리 반 애들은 거의 백프로 불만없이 식사를 즐기는 것 같다. 덕분에 매일 매일 나도 행복하고, 우리 학교 애들도 행복하다. 올해 처음 이동해 온 탓에 아직 잘 모르는 우리 학교 직원들이 꽤 많은 편인데 현재로서 우리 학교에서 제일 만나보고픈 분은 바로 조리사 아주머니다. 만나뵙게 되면 손을 꽉 잡고, 진심을 담아, 감사 인사를 올릴 참이다. 마치 국회의원들이 선거철만 되면 시장바닥에 나가 그러는 것처럼... 음... 역시... 오해하려나...?
jeri
2006-04-02 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