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보다 낯선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 것도 안 가진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 같은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그래서 불쌍한 여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오규원, 한 잎의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