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수많은 빛들..
순수의 어둠을 분실한
어정쩡한 밤은
음흉한 웃음으로 장막을 친다.
하나둘 점멸하는 불빛에
가난한 어느 집에서는
비탈진 삶을 그러쥔 채
또 한번의 혼란한 불면이 자리를 펼치고
희미한 별빛에 담배 연기 내뱉고 있겠다.
광란의 몸짓들이
밀폐된 공간들을 채워
축복의 밤을 흔들어대면
불나비는 자신의 빛깔을 벗어버린다.
가로등 아래엔
끌려다니던 삶들이 배설해 버린
욕지기들이 마지막 발효를 시도하고 있고
몸을 웅크린 가랑잎은
이리저리 바람을 피하다
어두운 모서리에서 한숨을 몰아쉰다.
가야할 길이 어디로 뚫렸는지는
혀 꼬부라진 주정꾼의 헛걸음이 더 잘 알고
셔터문 내리는 소리에
가슴이 먼저 내려앉는다.
고독을 주머니에 찌른
어느 실직자의 풀어진 넥타이가
혼자서 목을 메고 돌아다니는
비좁은 골목길이
오히려 평화스럽다.
끝이 없을 듯하던
방황의 밤도
어느새 분리 수거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