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과 경험의 차이는 너무나도 크다.
장애인 이동권에 관심을 가진 이후, 전국의 저상버스를 찾아 발걸음을 옮기며 저상찾아 삼만리를 진행중에 있습니다만
정착 - 현재는 휴학중인 학교가 있던 - 대전에서 운행하는 저상버스와는 인연이 없더군요.
그러던 중, 대전에 방문할 일이 생겨서 저상버스가 다니는 시간에 맞춰 종점까지 버스를 타고 가 봤습니다.
그리고 종점에서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는 기사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짧게나마 나누었죠.
기사님은 이 노선에 차량이 들어온 지 어언 8개월 째가 되어가지만 아직까지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을 태워보지 못하셨다 하더군요.
이는 비단 대전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저상버스를 운행하는 노선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모습들입니다.
그러면서도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같이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탑승하실 때 편리하다고 칭찬이 자자해서 괜시리 기분이 좋으시다하네요.
운전하시면서 어려우신 점은 없으신지 여쭤보면서 적잖게 놀랐습니다.
"아무리 이렇게 다니면 뭐합니까. 승강장 시설은 엉망이어서 막상 태우려고 해도 태울 수도 없어요.
그리고 정류장 근처에는 거의 모든 곳에서 불법주차가 되어 있어 차를 승강장에 가까이 댈 수도 없는걸요."
이동권과 관련해... 저상버스와 관련해 이런저런 것에 대해 알아가고 있었습니다만...
정작 가장 중요한 사실조차도 간과하고 있던 제 모습이 너무 한심해보이기도 하더군요. 얼굴이 순간 붉게 달아올랐습니다.
저상버스의 도입은 어찌보면 정말이지 생색내기 전시행정일 지도 모릅니다. 관련시설에 대한 일체의 정비없이 진행되는 도입은 말입니다.
단순히 저상버스가 운행한다고 해서 장애인들의 이동편의가 보장될 수는 없습니다.
저상버스가 다니고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며, 알고 있더라도 버스에 오를 수 없는 지금의 상황에선
장애인들이 바라보는 저상버스의 모습은 단지 동경할 수 밖에 없는 이상일 뿐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