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e a B r e e z e #121   형수가 죽었다 나는 그 아이들을 데리고 감자를 구워 소풍을 간다 며칠 전에 내린 비로 개구리들은 땅의 얇은 천장을 열고 작년의 땅 위를 지나고 있다 아이들은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으므로 교외선 유리창에 좋아라고 매달려 있다 나무들이 가지마다 가장 넓은 나뭇잎을 준비하려 분주하게 오르내린다 영혼은 온몸을 떠나 모래내 하늘을 출렁이고 출렁거리고 그 맑은 영혼의 갈피 갈피에서 삼월의 햇빛은 굴러떨어진다 아이들과 감자를 구워 먹으며 나는 일부러 어린왕자의 이야기며 안데르센의 추운 바다며 모래사막에 사는 들개의 한살이를 말해주었지만 너희들이 이 산자락 그 뿌리까지 뒤져본다 하여도 이 오후의 보물찾기는 또한 저문 강물을 건너야 하는 귀갓길은 무슨 음악으로 어루만져주어야 하는가 형수가 죽었다 아이들은 너무 크다고 마다했지만 나는 너희 엄마를 닮은 은수원사시나무 한 그루를 너희들이 노래 부르며 파놓은 푸른 구덩이에 묻는다 교외선의 끝 철길은 햇빛 철 철 흘러넘치는 구릉지대를 지나 노을로 이어지고 내 눈물 반대쪽으로 날개로 흔들지 않고 날아가는 것은 무한정 날아가고 있는 것은 기념식수 이문재   75mm, TX 2006. 부산 다대포
no mad
2006-03-22 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