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사랑,,
푸른 보리밭을 뒤흔들며 바람이 지나갔다
바람처럼 만져지지 않는 사랑이 나를 흔들고 지나갔다
지나간 바람은 길은 만들지 않으므로 상처는 늘
송사리 눈에 비친 오후의 마지막 햇살
그 짧은 머뭇거림 같은 것이었다 그 속에서
탱자나무꽃은 온통 세상을 하얗게 터뜨리고
산다는 것은 매순간 얼마나 황홀한 몰락인가
육체와 허공이 한 몸인 구름,
사랑이 내 푸른빛을 흔들지 않았다면
난 껍데기를 싸인 보리 알갱이처럼
끝내 구름의 운명을 알지 못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