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초상 지문이의 모습은 다양한 은유로 다가온다. 때론 대통령처럼 호탕한 웃음으로 마을을 삼키는가 하면 때론 독재자처럼 광포(狂暴)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긴장시킨다. 며칠 전에는 갑자기 히틀러식 이발을 하고 나타나더니 만나는 사람들마다 가슴을 꿰뚫을 것처럼 쳐다보고 다닌다. 허걱, 하고 놀라는 사람도 있고 으헉, 가슴을 쓰다듬으며 피해가는 사람도 있다. 다양과 변이(變異)가 춤추는 시대의 언덕을 변화무쌍한 눈빛을 흘리며 걷는 남자. 그러나, 눈빛 속에 한 줄기 우수의 그림자는 걷어내지 못한... 35세의 노총각, 내 친구 지문이.
운향
2006-03-15 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