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집어 삼키다
걷는 것은 반성하는 것이다..
걷는 것은 빨리 갈 필요가 없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걷는 것은 편리함의 이면에 숨겨진 추악함을 꿰뚫어보는 것이다..
걷는 것은 기계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걷는 것은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다..
걷는 것은 모든 것을 가까이서 보고, 느낀다는 것이다..
걷는 것은 경쟁에 참여하지 않고 전혀 다른 길로 가는 것이다..
걷는 데에는 전기도, 석유도 필요하지 않다..
걷는 데에는 새로워진 교통카드도, 승용차 10부제도, 자율요일제도, 주차장도, 버스전용차선도 필요하지 않다..
걷는 것은 비자본주의적인 길이다..
걷는 것이야말로 비장애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상의 조그만 실천이다..
그것은 그러므로 자신을 돌보고 이웃을 걱정하는 보살핌이다..
-전주 덕진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