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띄우는 편지... 스무번째(어찌 노래를 부르지 않을 수 있으리.)
정상에는 아직 잔설이 많았다.
사람들에게 천왕 일출은 분명 끊이지 않는 화두다.
일출을 보면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아름다움이다.
그 따사로운 빛에서 여여함을 본다.
기억이 텅 비어 있음을 느낀다.
괴로움의 소멸을 느낀다.
지리산은 그런 가르침을 준다.
단 한번의 일출로 말이다.
이런 깨달음과 느낌을 시시각각 현장의 삶으로 옮겨오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우리가 자연의 법칙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괴로움이 없는 상태.
태어남과 죽음.
그런 지혜로움을 또다시 배우고 간다.
이 험난한 코스를 자꾸만 오게 되는 것은 그런 신비에 접근하는 희열 때문일 것이다.
텅비어 있기에 또다시 모든 것이 살 수 있다.
나는 이런 성취감에 자유로워질 수 있다.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
2006.02.21. 지리산 천왕봉(1,915m)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