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DClub 제2차 풍경당 정기출사 Note - Page 1 새벽 3시가 채 되기도 전에 눈을 떴다. 대충 몸을 씻은 후, 잠들기 전에 미리 준비해 둔 옷들을 주섬주섬 입고, 역시 한 쪽 벽에 미리 챙겨둔 카메라 가방을 들쳐 메고 곧장 집을 나왔다. 전 날 저녁 뉴스가 끝나갈 무렵 두툼한 외투를 입고 나온 얼굴 이쁜 기상 캐스터 아가씨의 말이 생각났다. 올 해 들어 가장 추운 날 중 하나가 될거라는 그녀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살을 에고 들어오는 칼 같은 바람에 온 몸이 찢겨지는 듯 했다. 본능적으로 처음 눈에 보이는 택시를 잡고 안으로 몸을 던졌다. "여의나루역이요." 인상좋게 생긴 백발의 택시 아저씨, 추위에 한껏 움추린 나를 보며, "손님, 그건 반대쪽에서 타셔야하는데..." 다시 나가기 싫었다. 아니 나가지 못했다. 몸이 내 명령을 듣지 않는다. 돌아가더라도 그냥 가주십사 부탁했다. 마음씨 좋은 아저씨, 콧노래까지 부르시며 히터를 틀어주신다. 기껏해야 15분 거리인데, 온 몸에 다시 생기가 돈다. 약속 장소인 여의나루역에 도착! 젠장! 너무 일찍 왔다. 다시 추위와 맞서 싸우다가 드디어 우리 클럽 회원 한 분 발견! 나홀로 전쟁터에서 동지를 만난 듯한 이 기분... 젠장! 그래도 추위는 줄어들지 않는다. 약속 시간인 새벽 4시로 향하면서, 어둠 속 이곳 저곳에서 회원 분들이 툭툭 나타나신다. 반갑게 인사도 하고 악수도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를 태울 버스도 나타났다. 난 다시 본능적으로 몸을 버스 안으로 던졌다. 드디어 오늘의 여정이 시작되는 것인가!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사실 이 떨림은 몇일 째 계속되고 있다. 회사에 다니면서 사진 찍을 시간이 전무(全無)했던 나에게 이번 여행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동안 새장 안에서만 파닥파닥 거리던 나에게 누가 새장 문을 활짝 열어준 것 같은 망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추위와의 싸움 탓이었나보다.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난 잠에 흠뻑 빠져들었다. 2시간 남짓 자고난 후, '하차 명령'이 떨어졌다. 어느새 첫 번째 출사지인 당진 화력발전소에 도착한 것이다. 창 밖을 보려고 창문에 서린 습기를 닦아내 보지만 닦이질 않는다. 습기는 창문과 함께 얼어버려 얼음판이 되어 있었다. 젠장! 그래서 잘 때 팔이 그렇게 시렸구나. 버스에서 하차한 후 돌아본 주위 경관은 온통 칠흑으로 칠해져 있었다. 단지 밤이 새도록 밝게 빛나고 있는 발전소만이 보일 뿐이었다. 마치 지구가 줄 담배를 태우는 듯, 거대한 건물들이 거무스름한 연기를 쉼없이 내뿜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 너도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거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300DClub 제2차 풍경당(風景黨) 정기출사 - 당진 화력발전소 [February 4, 2006] ▶ Canon EOS-1Ds DIGITAL + Canon EF 24-70mm f/2.8L USM
Badboy™
2006-02-26 1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