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속 다락방... 지붕속 다락방의 어린 로망 ------------------------------------------------------------------------------ 유년시절의 다락방은 비밀의 화원같이 나만의 안식처이다. 소년의 키보다 낮은 천장이라 허리를 다 펼수는 없지만 엉금엉금 기어가다 보면 한쪽 구석에는 보물상자가 숨겨져 있다. 나만이 닿을 수 있는 공간이라 비밀을 놓아둘 수 있다. 내가 들어오면 하늘을 열어주는 작은 창문이 햇빛을 내어주어 상자속 보물을 비춰준다. 보물이라 해봐야 차곡히 쌓아놓은 편지, 사진, 장난감 그리고 만원짜리 한장뿐이지만 그것들은 어린 가슴의 희망이자 꿈이다. 다락방의 작은 창은 소년의 시야를 넓은 세상으로 이어준다. 하늘과 별, 구름과 달, 햇살과 바람을 친구로 맺어준다. 지붕속 다락방에서 시인 윤동주처럼 별을 세다가 자고 싶지만 먼지가 많다며 엄마의 꾸중에 끌려 내려온다. 인간들과 단절된 그 공간을 잊지 못해서 다락방과 비슷한 장롱속에서 몰래 잠을 잔다. 엄마는 아침에 애가 사라졌다며 난리를 피우지만 겹겹히 쌓인 이불에 파묻히면 늘 꿈꿔왔던 침대에 자는것 같아 너무 포근하다. 학교를 파하고 집에 들어오면 다락방문은 나를 반기며 삐거덕 열린다. 책가방을 멘채로 기어 다니면 영화속 주인공이 갖가지 장비를 갖추고 동굴에 있는 보물을 찾으러 가는것 같다. 가방속에는 오늘 문방구에서 뽑기로 당첨된 망원경이 있다. 경통으로 겹겹이 쌓인 망원경을 길게 뽑아낼수록 내 시야도 한곳으로 길게 뻗어간다. 우리반, 내 첫사랑의 얼굴이 보인다. 태풍이 지나간 초여름 아침. 내 아지트도 태풍의 상처로 창문유리가 깨져있다. 그리고, 어린 매 한마리가 다락 한구석에 힘없이 누워있다. 밤에 날다 태풍에 날개를 다쳐 이곳까지 들어온 모양이다. 작아서 못 입는 옷들로 그럴싸하게 둥지를 만들어 주고, 어설프게 쌀을 빻아서 모이도 준다. 그러나, 이틀동안 정성껏 보살폈지만 날개짓도 제대로 못한다. 답답해 하는 소년의 머리속에 TV에서 본 내용이 생각난다. '어미 독수리는 새끼독수리에게 나는 법을 가르칠 때 벼랑에 떨어뜨립니다.' 매는 독수리와 비슷하니까 분명히 날 수 있을거야. 소년은 창공을 날으는 새끼매를 상상하면서 다락방 창문밖으로 새끼매를 높이 던진다. 그러나 새끼매는 날개짓 한번 안하고, 마당앞에 툭 떨어져 버린다. 다음날 매는 다락방에서 죽었다. 나는 슬퍼하면서 죽은 새끼매를 마당으로 들고 나온다. 그렇게 매는 하늘이 아닌 땅에 묻혔다. 그 후로 소년도 하늘과 닿았던 다락방을 기억에 묻어버리고, 점차 다락방으로 들어갈 수 없는 어른이 된다. ------------------------------------------------------------------------------
朝甲春
2006-02-25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