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큼한 희망
대문에 헝클어진 오래된 나무 줄기 덩쿨
사람 소리 대신 웅웅거리는 바람 소리 비릿하고
인기척은 골목 어귀에서 잠깐잠깐 먼지를 일으킬 뿐
재개발 딱지 붙은 이 곳엔
칠 벗겨진 양철 지붕 처마에 도르르르 떨어지는 지붕 돌들
조용조용 숨쉬지 말고 올라가던
남의 지붕 위에서
위태로히 하늘을 우러르는 일
그것은
꿈꾸지 말아야할 것을 감춰 꿈꾸는
응큼한 희망
아직 장난감 총이 무섭지 않은 열두살 가시내 손가락이
머리 위로 치솟은 전깃줄을 끊기라도 해주었으면
시원스레 하늘길 날 수 있을텐데
<2006.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