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와의 만남
부산시 서구 아미동 산동네 중 부민산을 찾았다.
사실 부민산은 초행길이다.
골목길을 정처없이 오르다보니 맞딱트린 곳이다.
역광을 받은 갈대가 눈부셨다.
까치고개며, 천마산이며, 아미동 등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부민산을 내려오는데,
누군가가 급히 달려오는 발자욱 소리.
고개돌려 돌아보니
저 멀리 쏟아져오는 빛으로 인해
알 수가 없다.
갸늘게 뜬 눈으로
꼬마 녀석이 들어온다.
녀석의 이름은 "한이"란다.
몇 번을 물었다.
정확하지 않은 발음으로 "한이"란다.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녀석은 내가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 온다.
산동네 골목길 언덕막의 마지막 집이 있는 곳에
웬 둥그런 정원처럼 보이는 곳이 있다.
자세히 가서 보니 무덤이다.
그 무덤 주위로 한이는 서성거리고,
제법 무섭게 생긴 똥개 한 마리가
시끄럽게 짖는다.
나의 아미동 출사는 이렇게 시작되고,
사람과 첫 애기를 나눈 것은 한이였다.
녀석이 하도 졸졸 따라 댕겨
500원 동전 한 닢을 주며
과자를 사먹으라고 했다.
녀석은 손을 흔들며,
급히 구멍가게를 찾는 듯하다.
사람이 그리운 녀석,
사람의 정이 그리운 녀석,
바로 '한이'다.
돌아서는 발걸음이 애잔하기만 하다.
愛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