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동안 골목 어귀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망설이고 있었다.
어느 골목으로 들어서도, 한없이 이어질 것 같은 막막함이
끝없이 밀려오는 것을 느끼면서, 방향도 모른채 그렇게 서있었다.
사람들은 스쳐지나가고, 이방인을 보듯, 얼굴을 보곤, 이내 고개를
돌리고 저 멀리로 사라져가던 그날의 그 골목길 어귀.
무턱대고 방향을 정하고 걷기 시작할 무렵.
나를 힐끗 보고 지나가던 꼬마가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꼬마가 겁을 먹을까봐, 가기로 마음먹은 골목길 입구에서
꼬마의 모습이 사라질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렇게 다시 걷기 시작했다.
2006. 한남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