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I.N.I.S.C.E.N.C.E
조리개가 뭔지, 노출이 뭔지 심도가 뭔지 조차 모르고,
그냥 뷰파인더 안의 세상이 좋아서,
그안에 담아두면 영원할것만 같아서,
셔터를 누르는 순간 조차도 웃으며,
장농에서 나온 아버지의 손때 뭍은 FM과 좋은지도 몰랐던 MF50.4가 시키는대로,
그저 신호등 가운데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눌렀고.
잘나온 사진이든 흔들린 사진이든 너만 들어있으면 다 인화했었던 그 때.
무척이나 더웠지만,
월드컵이 있었고,
네가 있었으며,
너를 담는 내가 있었던 그 때.
2002년 여름.
나 이젠 조리개도 알고, 노출도 알고, 심도도 아는데...
그 때의 사진이 좋아서, 그런 사진을 찍고 싶어서
나 이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고, 배우는데
아무리 해봐도 그 때 그 느낌이 나질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