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림
어느 일요일에 죽어버리자.
몹시 괴로와지거든 어느 일요일에 죽어버리자.
그때 당신이 돌아온다 해도
나는 이미 살아 있지 않으리라.
당신의 여인이여. 무서워할 것은 없노라.
다시는 당신을 볼 수 없을지라도
나의 혼은 당신과 함께 있노라.
다시 사랑하면서
촛불은 거세게 희망과도 같이
타오르고 있으리라.
당신을 보기 위해 나의 눈은
멍하니 떠 있을지도 모른다.
- 전혜린, 1965.1.8
*20d, ef-s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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