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산사에서 만난 아이 친구들과 법흥사(강원도 소재)에 촬영갔다. 그 산사에서는 한 참 49재를 올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기서 한 아이를 만났다. 똘망 똘망한 눈동자를 가진, 너무 귀여운 아이가 법당 안에서 뒹굴고 있었다. 옆에 엄마인 듯한 젊은 여자가 있었고, 친척인 듯한 조금 나이 든 여자와 몸이 불편한 초로의 남자가 있었다. 난 그 아이와 망자와의 관계는 모른다. 젊은 여자와의 관계도 알지 못한다. 무슨 사연이 있는 지 무슨 관계로 서로 얽혀 있는 지 묻지도 않았고 묻고 싶지도 않았다. 그것으로도 족했다. 산사와 법당, 그리고 망자와 젊은 여자, 그리고 아이. 내게는 또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피리
2003-08-30 1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