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동 고개 꼭대기엔 작은 아파트 두동이 있습니다.
삼익 아파트와 금호아파트...지금은 회사조차 사라졌습니다.
그 동네에서 카메라를 꺼내들면 모두 와서 '뭐하러 찍느냐' 하며 항의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주머니 속에 카메라를 넣어두고 올라갔습니다.
아파트를 담다가 마지막 사진의 주인공을 만났습니다.
"고양이를 찍으러 왔어. 여기 고양이 많네~" 라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 이후, 저 친구는 고양이란 고양이는 보일때마다 나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마지막 사진의 어린 친구는 이제 친구가 없습니다. 모두 이사를 가버렸거던요.
아파트도 다 찍었고, 떠날 즈음에 꼬마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저씨! 가요? 지금 가요? 저 밑에도 고양이 많은데..."
가끔은 이렇게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제가 부끄러울때가 많습니다.
도둑처럼 사진찍고 사라지는 사람일때가 제일 부끄럽습니다.
"저 밑에도 고양이 많은데...(같이 놀아줘요)" 라는 말이 귓가에 아른 거립니다.
아파트가 사라지기 전 사진 한장 전해주고 싶습니다.
2006. 아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