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년. 운무가 가득한 경내의 기와 위엔 아버지들의 흰머리칼같은 미소들이 우리에게 세월을 알렸다. 노란 은행 잎 한 켠엔 붉그스름한 빛을 띠고 자랑하듯 열매들이 무성하고 고요히 모든 것을 삼킬 듯 침묵을 지키며 그저 바람소리에 사~사사 거리는 대나무가 꽂꽂히 서있었다. 어느 새 푸르른 전성기의 시체가 되어버린 갈잎은 아직도 샛노란 빛을 띠고 가만히 누웠다. 난 어느 자리에서 이 세상 한부분을 차지하고 누울까? 바닷속 깊은 곳에서 죽은 물고기 시체가 되진 말아야지...
photo-graffiti
2006-01-25 2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