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한 기차를 아무도 철로 위에 되돌려 놓으려 하지 않는 법이야
로베르또 쥬코 #1
어머니_
로베르또, 너를 낳은 것이, 너를 낳은 것이 나란 말이냐? 나한테서 네가 나왔단 말이냐?
내가 널 여기서 낳지 않았다면, 네가 태어나서 요람에 뉘여지는 걸 내 눈으로 보지않았다면,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내 아들이라고는 나는 믿지 못할 거다.
요람에서부터 네게 눈을 떼지 않고 네 몸이 커 가는 걸 쳐다보면서 네가 커 나가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하고는 거기 서 있는 너를 본다면, 이 침대에서 내가 낳은 아이와 비슷한 너를
본다면, 난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내 아들이라고는 믿지 못할 거야.
하지만 난 널 알아볼 수 있어, 로베르또. 난 네 몸의 굴곡을, 네 키를, 네 머리 색깔을 네 눈빛을,
네 손의 모양을 알아볼 수 있어. 네 엄마의 목을 어루만지고, 아버지의 손을 꼭 잡는데만 쓰이던
그 크고 건장한 손 말이다.
이십 사년동안 얌전하던 이 아이가 왜 갑자기 미쳤을까? 왜 철로를 벗어난 거니, 로베르또?
너를 심연 속에 빠뜨리기 위해 누가 이 곧기만한 철로 한가운데 나무토막을 놓았단 말이냐?
로베르또, 로베르또, 절벽밑으로 떨어져 찌그러진 차는 아무도 고치려 하지 않는 법이다.
탈선한 기차를 아무도 철로 위에 되돌려 놓으려 하지 않는 법이야. 버려진 채 잊혀질 뿐이다.
난 널 잊어버리겠다, 로베르또. 난 널 벌써 잊었다.
(쥬코는 어머니에게 다가가 어루만지고, 포옹하고 꼭 껴안는다. 어머니 신음소리를 낸다.
쥬코가 어머니를 놓자 목졸린 어머니가 넘어진다. 쥬코는 죄수복을 벗고 작업복으로 갈아입는 후 나간다.)
..
로베르또 쥬코 / 마리 콜테즈 작 / 기국서 연출(2002) / 박정석 연출(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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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사실, 작품 '로베르또 쥬코' 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위 사진은 oo대학교 연극반 학생들의 장면연습과정에서 얻어진 것입니다.
다만, 위 사진은 묘하게도 위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의 입장에서
작품의 내용의 일부 즉, 존속살인마 로베르또 쥬코의 이미지와 일치된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