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겨울
나 어릴땐 저 들판에 내 발자국 찍히지 않은곳이 없었지.
어떤 곳엔 하도 지나다녀서 반들반들 길이 생기고
어느 구석엔 모닥불 흔적과
또 어느 언덕아래엔 우리들의 비밀기지인 낮은 동굴도 파놓았지.
절대 걸어다니지 않았어
저 넓은 들판이 어릴땐 너무나 광활해 보였기에....
눈을 감고 뛰어도 발디딜 곳을 알았지
어떤 곳은 두더지가 땅을파서 푹푹 꺼지고
어느 곳은 돌부리가 박혀있어 잘못 디디면 발목을 삐게 된다는것도....
내가 딛고선 땅보다 못디딘 땅이 넓은줄 알기에
칠흙같은 밤에도 두려움없이 뛰어다녔는데....
수십년 지난 지금 빈 들에 서면
멀리 보려고 눈을 찡그리고,
한발 내딛기위해 바닥을 살피지.
어릴때 가진 넓었던 나의 세계는
이제 점점 좁아져 내 발디딘만큼만 남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