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두번째
부제 : 나목
박완서의 '나목'에 이런 대목이 있다.
-나는 홀연히 옥희도씨가 바로 저 나목이었음을 안다.
그가 불우했던 시절, 온 민족이 암담했던 시절을
그는 바로 저 김장철의 나목처럼 살고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고목(枯마를 고, 木나무 목. dead tree)은 죽은 나무다.
나목(裸옷벗을 나, 木나무 목. bare tree)은 옷을 갈아 입기 위해 준비하는 나무다.
주인공은 옥희도의 벌거벗은 나무 그림을 보고
'고목'이라 생각했고
시간이 지나 그것은 '나목'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슴에 삶이 있는 사람은 삶으로
죽음이 있는 사람은 죽음으로
그렇게 같은 나무도 달라보이는거다.
주인공이 고목에서 나목으로 생각을 전환할 수 있던 힘은 바로 이것이었다.
'희망'
나뭇가지엔 벌써 새순이 돋아있었다.
(2005년 늦겨울 남이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