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첫번째 부제 : 바람 닮은 나무 대관령은 태백산맥에 있다. 365일 바람이 부는 이 곳은 나무가 뻗어 자라지 않고, 향해 자라 있었다. 북서풍이 강한 산꼭대기의 유순한 언덕으로 나뭇가지들이 동쪽을 향해 휘엉청 거리며 바람에 굽이쳤다. 나무는 항거하지 않는다. 바람도 나뭇가지를 꺽지 않는다. 바람이 거세지면 나무는 강인해진다. 강풍에 눈을 뜰 수 조차 없었는데 나무는 살기가 넘쳐 흘렀다. 각질이 일고 말라 비틀어진 나무에서 분명 숨소리를 들었다. 바람이 분다. 오늘도 차고 큰 바람이 불었다. 마을은 고요하고 무수한 산들이 일렁거렸다.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나무가 모두 저쪽을 향하고 있었다.
민정,
2005-12-19 0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