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물길 부산천 하류. 대부분의 부산 시민들은 존재 자체도 모르고 나이든 어르신들께도 이제 잊혀져버린 이 조그만 하천은 엄광산의 곁산인 구봉산에서 나 안창마을을 지나고 봉생병원을 지나 지금의 3부두 부근에 이르러 바다와 만난다. 옛날에 이 내의 가까이에는 풀이 많이 자라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근방을 옛 사람들은 '샛디'라 불렀다고 하는데 이는 현재 이 일대의 지명인 '초량'의 기원이라 알려져 있다. 이 내의 어귀에는 제법 너른 백사장이 있었는데 자성대 부근의 해송과 어우러져 풍광이 좋았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지금의 부산천은 그 대부분이 콘크리트 아래에 묻혀 있다. 거기를 흐르면서 더러운 물을 만나고 한길 아래를 철길 아래를 그렇게 묻혀 지나고 지나야 비로소 바깥의 바람과 만난다. 그곳이 이 사진의 이곳이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그 아래를 흐르는동안 물은 썩어지고 그 빛은 검어졌다. 그리고는 함께 잊혀졌다. 요즈음에 온천천이나 동천을 살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들려온다. 하지만 길 아래 묻혀버린 부산천이나 보수천같은 작은 내를 살리려는 생각은 그다지 없는 모양이다. 누구든 보이는것에만 신경쓰게 마련이니까. 온천천의 5분의 1 길이밖에 안되는 이 작은 내는 이제 대부분의 지도에서 마저 볼 수 없어졌다.
rotten fish
2005-12-11 2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