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고등어 일어나 냉장고를 열어보니 고등어가 있었다. 신부화장한 색시처럼 소금에 절여 다소곳이 드러누워 있었다. 전화했다. "엄마! 이거 지금 궈먹어도 되지?" "응 그래라~" 곯은배를 움켜쥐며 밥이 되는 동안 배즙을 쭉 들이키고 있었다. 다시 전화왔다. "민정아." "응?" "바다갈래?" "지금? 바다? 왜? 밥먹을껀데? 정말이야? 왠일로?" 어쨌든 엄마와 난 쌩뚱맞게 오이도에 갔다. 엄마가 언니라고 부르는 아주머니에게서 광어와 꽃게 몇마리를 사고 근처 식당에서 해물칼국수를 배터지게 먹었다. 나는 바다를 보자고 했다. 엄마는 싫다고 했다. 춥다고 ㅡㅡ 그럼 나만 보고 온다~하면서 선착장에 갔다. 혈기왕성한 할머니들이 천막안에서 수다를 들이키며 소주를 나누고 있었다. 선박은 뻘에 박히고, 짜고 건조한 바람이 마구잡이로 불었다. 기분은 좋았다. 딸로서 몹쓸 짓을 했을 적에 엄만 상당한 배신감을 받았을테고 고개를 들었을 때 엄마도 울고 있었다. 그 '충격'적인 일에 대해선 엄마도 나도 입밖에 내지 않았다. 묵시적으로 화해를 하고 돌아와 저녁엔 가족과 둘러앉아 회를 먹었다. 아빠와 동생 왈, "뭐야 자기네끼리 갔다왔어?" - 엄마 미안해요... 나 앞으로 진짜 열심히 살게.. ♬ 김창완 - 어머니와 고등어
민정,
2005-12-09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