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첫눈
김시천
십 년 전에도 첫눈 내렸지
내 어머니의 처녀 시절 그 마을에도
아마 첫눈 내렸지
오늘 또 첫눈 오는구나
오늘 또 그리운 이들 하늘 가득
손 흔들며 오는구나
저기 어떤 첫눈을 지금 마악 차에서 내리고
저기 어떤 첫눈은 목로 집에 앉아 창 밖을 내다보고
저기 어떤 첫눈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고
저기 어떤 첫눈은 수줍어 골목길에 숨고
아, 저기 어떤 첫눈은 황홀한 입맞춤에 눈이 부시고
그렇구나 나도 그 어떤 첫눈이 되어서
여기 이렇게 길을 가고 있구나
그렇구나
저기 또 어떤 첫눈은 굽이굽이 바람이 되자 하고
저기 또 어떤 첫눈은 눈 시린 벌판이 되자하고
아, 저기 또 어떤 첫눈은 청산 깊은 골에 푸른 솔 되자 하고
그렇구나 나도 또 그 어떤 첫눈이 되자 하여
여기 이렇게 내리고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