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 도 ( 제 부 도 ) 어미에게 효도란....... 휴가를 간다는 넘을 붙들고 한판 설교를 늘어놓는다. 이리저리 따저봐도 넉넉한 형편이 아닌 그는 나처럼 놀궁리가 다분한 낯이다. "누구야! 효도는 이것저것 사드리는 게 아니라.... 그간 너 보고 싶었던 부모님께 네 얼굴 지겹게 보여주고 밥달라, 과일달라 조르는 거야. 매일 밤낮 친구들 만나 술만 마시지 말고...." 오랫만에 밥먹는 나를 뚫어지게 보는 어미를 본다. 얼굴이야 거실로 들이치는 역광으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밥먹는 아들 바라보는 어미 얼굴은 근 삼십년을 봐왔으니 모를 터 없다. 휴가출발한 그를 생각하며 난 더 조른다.... 예순에 다가서는 어미에게 차며, 과일이며 막 졸라본다. 늙은 어미 신이나서 있는 것 없는 것 다 꺼내준다. 좀전까지 허리, 다리 안아픈 곳 없다며 투정도 부렸건만 지금 어미는 좀전 안 아픈곳 없다던 말을 기억하는지 모를 정도다. 그는 연락이 없다. 뭘하는지.... 어쩌면 그의 어미가 따뜻한 밥을 해줄 형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과일과 차를 달라기 어려운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자식기다리는 어미 생각만 했다. 그에게 전화를 하려다.... 그만둔다. 참 어려운 시절... 누군가 개입한다는 것에 무척 짜증스러워했던 기억이다. 가난.... 못난 어미. 아비. 기실은 자기 몫이다. 자기 몫의 가난과 시련. 그안에게 연꽃처럼 꽃을 피워야 한다. 집에서 가까운 제부도로 간다. 일몰에 맞춰 갔는데... 역시 업자분들이 많다. 나이 지긋해서 사진을 찍는 그 분들을 보면 참 부럽고, 훗날 나 역시 저런 삶을 살고 싶어진다. 그러나 내가 담을 마땅한 것을 찾지 못한다. 그저 일몰과 바위정도... 저 사진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리하여 늘 하는 것처럼 저 흔한 사진에 한 가지 의미를 부여하기로 한다. 1. 어미가 밥먹는 내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본 것이 기쁜 날 찍은 사진. 2. 이제 공부가 하고 싶어질때 찍은 사진 3. 술을 그만 마시기로 결심한 날 찍은 사진 4. 교육계원 이광주 그만 혼내기로 결심한 날 찍은 사진 어미가 이미 떠난 아들차 트렁크 끝자락까지 시전을 떼지 않을 때쯤 돌아본다. 작고 굽은 어미는 여전히 참 좋다.
kundera
2005-12-01 2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