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동 (9. 할로! 할로! 기브미 쪼꼬레트!) 지금은 '쎄멘'으로 바닥 포장을 하고 그 옆엔 외지인에 의해 커다란 호텔이 들어서 버렸지만 예전에 제가 어릴 적에 이 길은 비 오면 구수한 흙냄새가 풍기고 처마 밑 고드름이 녹으면 옴폭 패이는 빠알간 흙길이었습니다. 어릴 적 이곳 아이들은 이 길로 미국인들이 지날 때마다 그들에게 다가가 뜻도 모른 채 '할로, 할로'를 외쳤습니다. 그저 우리네 부모들과는 다른 존재를 향한 잠깐 동안의 유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송탄에서 다닌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는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고등학교를 평택으로 다니던 1학년 초, 세계사 선생님이 수업 중간에 장난으로 내뱉던 말은 아직까지 제 가슴 깊숙한 곳에 파묻혀 있습니다. " 송탄에 사는 놈들은 다 미군들 빌붙어 먹는 그지 같은 놈들이야!" " 워낙에 그런 데 사는 놈들이니 애새끼들이 다들 발랑 까졌어.." " 그놈들은 미군들만 보면 헬로 헬로 기브미 쪼꼬렛..이라구 달라붙어.." 반 아이들은 송탄 사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웃고 한바탕 난리법석이 났지만 우리 송탄 학생들의 가슴엔 억울함과 분노가 가득 찼습니다. ' 우리는 절대 그렇지 않아! ' ' 우리네 부모들은 살기 위해 이곳에 왔을 뿐이고 그렇기에 우리는 태어난거야! 우리가 너네랑 다를 게 뭔데? ' 라고 그 시절 항변하지 못했던 제 자신을 이곳을 지날 때마다 한 번씩 자책해봅니다. * 有美님의 간곡한 청을 뿌리치지 못하여 갤러리 아의 사진과 서로 맞바꿔치기를 했슴돠!
[빈칸]
2005-11-25 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