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고있다 정신 나간듯 울어제끼는 티비소리에 깼을땐 이미 해가 지고있던 터였다. 목이 말랐지만 내가 먼저 찾은건 담배였다. 이걸 입에 물었다간 더욱 갈증이 일어날걸 알면서도 말이다. 안좋은 결과라는걸 이미 알고있으면서도 그걸 쫓는건 언젠가부터 생긴 내악취미다. 한가지결과와 그것의 백만가지 이유. 그 이유의 백만가지 이유중 적어도 하나정도는 사다리게임을 하듯이 인식하고 있는것이다. 문득 어제 지하철에서 만난 한 남자가 떠올랐다. 만났다고 해도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남자를 보았고 그남자도 나를 보았다. 우스꽝 스럽게도 그남자의 양손엔 식빵이 들려있었고 내손에 묶인 검은봉지엔 버터가있었다. 아주 평범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던 그순간이 하필 지금 떠올랐어야했는지. 이결과에도 백만가지 이유와 그이유의 백만가지 이유가있을까. 2주전 나는 나를 비우기로 결심했었다. 빵조각을 떼내듯이 하나씩 버리기로 한것이었다. 의식속의 나는 절대 그럴수 없다는걸 잘 알고있다. 무의식의개념. 어디까지나 무의식의 나라고 말하고있지만. 그렇게 된다고해도 결코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하게 되리라는것도 잘 알고있다.
한지
2005-11-19 1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