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굴레 꽃.. 지난 봄 집앞 화단에 피었던 작은 꽃입니다. 아시는분은 아시겠지만 둥굴레차가 유명해지면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게 되었답니다. 길고 커다란 잎을 들추고 꽃들을 발견했을때 보물을 찾은 기분이 들었었죠. 한창때가 지나 약간 시든 상태였지만, 비온 다음날이라 이슬들을 장신구로 이쁘게 치장하고 있더군요. 다음은 둥굴레에 관련된 글입니다. 출처: 토지,2003년 5월호, pp.62-63, 이용득(우리풀·우리꽃을 사랑하는 모임 회장) == 둥굴레는 연둣빛이 살짝 도는 갸름한 종 모양 꽃이 핀다. 살짝 휘어진 줄기에 한 면으로 쏠리듯 달리는 깔끔한 잎은 멋을 모르는 산골 아이에게도예사로워 보이지 않았다. 어릴 때는 시골에 살았는데도 둥굴레 꽃을 본 적은 한번도 없다. 하지만 학교에갔다 오면서 산자락에 자라던 둥굴레 잎은 많이 봤다. ‘저렇게 깔끔하고 멋스러운 풀 이름이 뭘까?’ 그러다 어른이 되고 나서 우연히 풀 이름을 알게되었는데 얼마나 기쁘던지. 그리고 나서 한참 뒤 산에서 자생하는 둥굴레 꽃을 처음 봤는데, 꿈에도 그리던 첫사랑을 만나면 가슴이 그렇게 뛸까? 하얗고긴 종 같은 꽃이 끄트머리만 연둣빛이 살큼 도는데,오월의 숲에서 그 꽃을 본 순간 심장 박 동은 배로 빨라지고 온몸은 술기운이 퍼지듯 전율이 일었다. 둥굴레는 길쭉한 종 모양 꽃이 헤프지 않게 끄트머리만 살짝 벌어져 핀다. 하마나 더 벌어질까 마음 졸이다 어느 날 가서 보면 벌써 새들새들 지고 있는 꽃.며칠 전에도 산길을 내려오다 필듯말듯함초롬 히 고개 숙인 둥굴레를 만났는데 가슴이 어찌나 방망이질 치던지. 그 순간 아무 것도 안 보이고 둥굴레와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산딸기 덤불을 헤치며 정신없이 앞으로만 나아갔더니 아뿔사, 나흘이 지난 지금도 손목에 산딸기 가시에 찔린 자국이 여기저기 불그레하다. 보는 순간 이렇게 마음을 사로잡는 둥굴레도 뭇 사람들에게는 꽃보다 차로 더 잘 알려진 풀이다. 말린덩이뿌리를 물에 넣고 끓이면 담백하면서도 구수한맛이 우러나는데, 숭늉을 즐겨 마시던 우리네 입맛에는 그저 그만이다. 둥굴레는 뿌리를 씹어보면 약간질기고 단맛이 나며, 점액질이 많아 끈적거 리지만 간식거리로 적합하다. 부드럽게 휘어진 줄기에 꽃이 줄서 듯 달리는 둥굴레의 꽃말은 ‘고귀한 봉사’ 다. 춘궁기 때 백성들은 둥굴레 뿌리를 캐어 먹고 배고픔을 달랬고, 임금님은 어린 순을 봄나물로 즐겼다고하니, 백성과 임금이 함께 먹은 풀이기도 하다. 그리고 살짝 휘어진 줄기에 한쪽으로 쏠려 퍼진 잎이 고고한 신선 처럼 보인다고 신선초라는 딴 이름도 있다.도가나 불가에서는 둥굴레 차를 신선차라 했다니 예전부터 둥굴 레는 귀한 대접을 받아 온 셈이다. 이렇게 높은 대접받는 둥굴레에 얽힌 이야기가 하나 있다. 옛날 중국 임천에 어느 부잣집에는 일하기 싫어 하는 여자 노비가 하나 있었다. 그 노비는 일하기 싫어 산 속으로 도망을 쳤다. 며칠 산 속을 헤매다 허기지고 병이 난 노비는 옆에 있던 둥굴레 뿌리를 캐서 먹었더니 배도부르고 몸도 씻은 듯 가벼워졌다. 한동안 숲에서 둥굴레 뿌리를 캐먹으며 살던 노비는 어느날 밤에 호랑이같은 짐승이 나타나기에 얼른 나무 위로 올라갔다. 다음날 날이 밝아 나무에서 내려왔더니 새처럼 마음대로 날 수 있게 되었다. 몇 년이 지난 뒤, 그 부잣집에서 일하던 다른 노비가 산나물을 캐러 왔다가 그 여자 노비를 보고 주인에게 일렀다. 주인은 여자 노비를 잡기 위하여사람을 풀었지만 날아다니는 사람을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여러가지로 궁리한 끝에 여자 노비가 선인이 된 것이 분명하다고 여기고, 여자 노비가 예전에 즐겨 먹던 술과 음식을 길에 놓아두고 유혹했다. 아니나 다를까 여자 노비는 차려놓은 음식을 허겁지겁 먹더니 그만 선인의 능력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여자 노비를 잡아서 물어봤더니 둥굴레 뿌리를 먹고 살았다고 했다. 이렇게 몸에 좋다는 둥굴레는 가지 수도 많다. 그냥 둥굴레, 각시둥굴레, 용둥굴레, 퉁둥굴레, 왕둥굴레, 층층둥굴레, 무늬둥굴레 따위 많은 종류가 있다.
포도동자
2003-08-20 0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