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동 (7. 이 아이 하나뿐입니다.)
참 이사도 많이 했습니다. 어린 시절, 예닐곱 번은 옮겨 다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린 기억으로는 아버님과 어머님은 늘 이사철만 되면 걱정을 하셨었습니다.
'방은 넓어야하고 전세는 좀 싸야 하는데 이 근방에서 그런 집을 구하기가 어디 쉬워야지....'
물론 계약기간이 지나 전세 값을 더 올려달라는 주인집의 요구에 이사를 가야하는 경우도 있었겠지만
이사의 원인이 한창 장난 많고 시끌벅적 떠들썩한 삼형제 때문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집을 옮겨 다닐 때는 늘 저와 제 동생은 몰래 들어와서 며칠 동안은 조용히 지내야만 했습니다.
아이들이 3명씩이나 있다고 하면 대부분의 주인들이 방 주길 꺼려했기 때문이랍니다.
어느 날 아버님께서 장난감 라이플 두 자루를 사 오셔서 형과 제게 하나씩 나눠주셨습니다.
이 라이플,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총신과 노리쇠, 방아쇠 뭉치는 진짜 딴딴한 쇠로 만들어졌고 몸통과 개머리판은 나무를 깎아서 만든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몸통에 붙은 쇠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공기 압축으로 장전까지 되고 총을 쏘면 실로 연결되어 총구에 끼워졌던 플라스틱 원통형 총알이 '빵'하고 나가기까지 했습니다.
사건은 그 라이플 때문이었죠. 그 당시 주인집에도 우리 또래의 사내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이 밴댕이 소갈머리의 제가 한 번 갖고 놀게 했으면 되었을 것을 절대 빌려줄 수 없다고 버팅겨서 일이 터져버렸습니다.
그 아이는 총 갖고 유세부리는 제가 미워서 한마디를 던졌죠.
'에이! XXX! 세들어 사는 주제에...'라고...
순간 제 손가락은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고 플라스틱이 튀어나가 그 아이의 눈에 맞고 말았습니다.
다행이 눈두덩에 맞아서 다치지는 않았지만...
전 그 날 엄청나게 종아리 맞았습니다.
아무튼 그 일이 빌미가 되어서 결국 나중에 그 집에서 이사를 가야만 했습니다.
그 당시, 꼬마는 새로운 집에 이사 간다는 사실이 좋았지만
이제 그 당시 부모님만큼 나이가 든 후에 부모님의 심정을 생각해보면 부모님께 죄송스럽고 철없던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집니다.
* 자투리님 눈치도 빠르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