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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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흔들던
가물한 기척에 눈을 떠
어둑한 새벽녘에 다다른
안개 낀 호숫가는
덜 익은 세상이
물구나무 서듯
멈춤이 거울 같고
맑음이 하늘을 닮아 있다
산발적으로 구축된
뉘엿한 가을의 아성(牙城)에
눈은
숲에 머물고
귀는
벌레 소리에 기울이며
코는
젖은 낙엽의 향기에 취한다.
절박했던 시간 속에
탐닉(耽溺)되거나
융회(融會)되지 못한 자각은
바람 따라 흔들리며
이어지고 흩어짐을 반복하지만
마음 안에
지극히 맺힌 것은
쉽게 풀리지 않는 법
어둠에 달을 품어
그 빛을 잃지 않고
수면 위의 안개도
해가 뜨면 사라지듯
전착(顚錯)된 번뇌와
기꺼이 야합하지 않을 때
소리없이 흐르되
아물어지는 물살처럼
삶의 영각(靈覺)에 몸을 맡긴
외람된 영혼은
능선을 넘는 아침 햇살에
그림자가 벗이 되어 길을 나선다
- 가을의 새벽 - by 수메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