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동 (6. 참기름 약간, 넘 고소한 향기!)
그 일이 벌어진 것은 순식간이어서 제가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 날도 여느 때처럼 큰아버지 댁으로 형제들이 우르르 몰려가던 중에 그런 끔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늘 다니던 길이라서 잘 알고 있다는 생각에 주의를 덜한 탓도 있었겠지만,
그 날은 귀신에 홀렸는지,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방향으로 발걸음을 떼는 제 자신이 약간 의아스럽기도 했습니다.
그 녀석은 당시 우리 동네 꼬마들 사이에 악명이 자자하던 녀석이었습니다.
힘도 세고 덩치도 산만한 것이 성질까지 거칠었거든요…….
전번에 지날 때, 우리가 약 올리던 것에 앙심을 품고 있었나봅니다.
제가 저 앞에서 걸어올 때부터 준비하고 있었다고 나중에 들었습니다.
제가 그 집 문 앞쪽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열려진 철문 뒤에서
그 녀석의 날카로운 이빨이 "전광석화"처럼 튀어나와 나의 발목을 물고 말았습니다.
물린 그 순간에는 아무 느낌이 없었습니다. "뭐! 그 까이꺼!!!!"
그런데 이런!!! 큰댁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오는 도중에 다리가 뻣뻣해지는 것 같고 시큰거리며 푸르스름하게 붓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요즘 어머니들 같았다면 당장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광견병 주사 맞히고 이것저것 난리가 났겠지만
그 당시 어머니는 그런 제 발목을 보시자마자 제 손을 끌고
그 녀석의 집으로 찾아가셔서 그 녀석의 털을 가위로 잘라오셨습니다.
그러곤 하얀 종이를 깔고 털을 태워 까만 재로 만든 다음 참기름과 섞어서 "전통의 명약"을 만들어 내셨습니다.
참! 신기하죠? 어린 제게도 그런 전통의 비법은 참 이상스럽게 보였지만
그걸 붙이고 나니까 금세 통증은 사라져버리고 붓기도 빠져버렸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약간 아찔하네요. ^^
이 길을 지날 때면 그때 고소한 향기의 '참기름 개털 파스'를 붙이고 있던 제 모습이 생각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