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동 (4. 그건 딱지 때문이란 말야!) 저와는 네 살 터울인 동생이 몇 살 때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아마 저는 돈의 가치를 충분히 알 나이였고, 동생은 저를 믿고 따르던 때였겠죠..^^ 설날이면 어른들 앞에서 넙죽넙죽 절 잘하고 한 번씩 귀여운 포즈를 취하면 어김없이 두툼한 지갑에서 1000원짜리 지폐가 날아와 형제들의 손에 쥐어지곤 했습니다. 물론 짧은 기쁨 뒤로 엄습해 오는 막연한 불안감이 현실이 될 때면 1000원짜리 지폐는 어머님의 바지춤으로 그리고 제 손에는 100원짜리 동전 한 개만 달랑 남겨져 버렸지만요. 하! 하! 그래도 100원이 어딥니까? 이 100원이면 맛있는 하드며 과자, 그리고 로봇 그림이 그려진 딱지를 살 수 있는데 말입니다. 평상시에는 이것저것 열심히 어머님 심부름하고 아주 운이 좋으면 10원을 받는 게 고작이었거든요. 맛있는 하드를 입에 물고 빳빳한 동그란 딱지를 한 개씩 뜯어 낼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왓따!!!" 입니다. 역시 이 쾌감도 "딱지 접기"를 해서 "쌔삥" 딱지를 다 잃은 후에는 절망으로 바뀌어버리긴 했지만 말입니다. 그 날도 그렇게 시무룩해져서 집으로 들어오는데 동생이 반짝이는 은빛의 100원짜리 동전을 손에 쥐고 있더랬지요. 전 그때 돈에 눈이 멀고 말았습니다. 아니 딱지를 잃은 분함과 원통함이 나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만 것입니다. " 완균아! 너 그거 몇 개니?" " 이고? 한 개...." " 자! 이거 봐라! 난 두 개 있다. 내께 훨씬 더 많지?" " ......" " 그거랑 내거랑 바꾸자! 두 개가 훨씬 더 좋은 고야!" " 응.. 자..." 그리하여 제 동생 손에는 10원짜리 두 개가 쥐어지고, 제겐 빳빳한 새 딱지가 쥐어졌습니다. 지금도 이 계단을 내려갈 때면 그 때 계단에서 벌어진 사기극이 되살아나곤 합니다. * 제 동생이 중국에 다녀오겠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꼭 옛날 사기극 때문만은 아닙니다. 두 장, 온라인으로 송금해줬습니다.
[빈칸]
2005-10-28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