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없이 존재하다
왜 이렇게 돼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어느날 눈 떠 보니 난
아무 쓸모 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어.
아...
이렇게 가치 없이 꾸역꾸역 살아가도 괜찮은 걸까.
이렇게 쓸모 없이 하루하루 숨 쉬어도 괜찮은 걸까.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 존재 해도 괜찮은 걸까.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이 과연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 걸까.
무던히도 참고 참고 또 참으며 살아오던 어느날,
떨어지는 낙엽에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았을 때,
눈물이 바람을 타고 흘러내렸어.
아니야 아니야 빗물일거야,
아니야 아니야 이슬일거야,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구석자리 어딘가
웅크리고 앉아 소리내어 펑펑 울 곳이 필요했어.
주변을 둘러보다가 여기저기 거닐어 보다가
집에 돌아왔다가 다시 동네 산책을 나갔다가
더러운 냄새 나는 실개천 두렁에서 나는 알게 됐어,
세상은 내게 웅크리고 울 조그만 공간조차 내 주지 않는구나.
속으로 삼키는 울분이 곧 터져버릴 것만 같아.
더이상 견디기 힘들어 어쩔 줄을 모르겠어.
아 이젠 어떻해야하지, 어떻해야하지?
그러면서 터벅터벅 구질구질 꾸역꾸역 또 하루 살아가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