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개
며칠전부터 안양사무실에 나타난 흰 개.
그 동네의 뒷산엔 잃어버린 개들의 집합소가 있다고 했다.
개들은 가끔 한 두마리씩 이 사무실 앞을 지나곤 한다.
이미 새끼를 몇 번 낳았을 법한 이 개의 젖꼭지는 모두 시커멓고 커다랬다.
배가 쑥 들어가고 다리만 긴 이 개에게 권부장님이 사료를 몇 번 주었다.
이제 이 흰 개는 비가 오거나 배가 고프면 사무실 근처에 얼씬거린다.
그리고 갑작스런 작은 소리에도 놀라 소스라친다.
사람을 무서워하는 것이 한 눈에도 쉽게 보인다.
길 잃은 암캐.
나는 이 개를 "하얀애"라고 부른다.
그닥 하얗지도 않지만,
이 아이에게도 언젠가 하얗게 눈부시던 털을 가진 시절과
사랑이 가득한 쓰다듬을 받던 봄날이 있었을 것이다.
2005. 8. 3.
@안양시 만안구
Nikon Coolpix 4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