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월동 (2. 잘 가! 나의 하얀 앞니) 내가 태어나서 성장하고 지금까지도 살고 있는 곳, 밀월(謐月)동 고요한 달의 동네.... 이름 그대로 번잡하지 않아 조용하고,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어 달이 아름답게 보이는 동네. 아버님이 미군공군기지 한국인 노동자로 근무하신 탓에 기지 입구에서 제일 가까운 주택가인 밀월동 근처에서만 삼십여년 넘게 살아오고 있습니다. 우리 집을 장만하여 이사오기 전까지 예닐곱 번을 이 근처에서만 이사다니곤 해서 이 근방의 골목길은 눈을 감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아직까지 훤합니다. 초등학교에 아직 입학하기도 전 어느날 아침, 앞니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앞으로 일어날 일은 꿈에도 짐작하지 못하는 저를 큰댁으로 보내셨습니다. 당연히 "실"을 생각하셨겠지만 그 당시 흔히 "부대 택시"라고 하는 미군속 전용 콜택시를 운전하시던 큰아버님은 택시 트렁크를 여시곤 번득이는 은빛의 "뻰찌"를 꺼내셨습니다. 그때까지도 사태파악이 안되던 제가 정신 차릴 겨를도 없이 빠알간 핏물과 함께 제 앞니는 그렇게 제 잇몸과 작별을 하고 말았습니다.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받아들고 온 제 하얀 앞니를 어머니께서는 까치가 물어가면 튼튼한 새 이를 준다며 지붕 위로 던지셨습니다. 이 근처를 지날 때마다 던져진 제 앞니가 생각나곤 합니다.
[빈칸]
2005-10-22 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