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이 싼타
런던에 두번째 테러가 났을때..
나는 테러가 일어난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런던의 살인적인 물가를 체감한채, 한 백화점의 식품코너에서 샌드위치와 캔콜라를 3파운드 남짓 주고 먹고 있을 때다.
백화점을 들어가기 전부터 같은 곳에서 같은 자세로 서 있던 한 아저씨가 있었는데.. 그 배가 참 거대하다.
여느 런던인과 다름없이 7월의 한낮에도 두터워보이는 외투를 입고 있었는데, 나름의 패션감각은 있어보인다.
퍼석한 씨리얼이 많이 섞여있는 빵으로 만들어진 샌드위치를 잠시 한켠에 두고, 가져갔던 카메라, 렌즈들을 바꿔가며 배짱이 아저씨를 렌즈에 담아본다.
사실 이 사진은 어떻게 보면, 아저씨의 연출샷이다. 사진을 찍고나니 나를 보며 살짝 웃어보이신다.
처음에는 거대한 배로 인해 시선이 자꾸 갔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주위 사물들을 정지하게 만드는 힘이 있어 보였다. 자신처럼 여유로워보이는 커피한잔을 즐기며, 언제 올지도 모를 비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싼타 복장이 무척이나 어울릴 것 같은 아저씨..
다시 그 길을 찾아가면 또 그모습 그대로 내 렌즈로 들어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