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차..... 36년차.. 우리 아버지와 아버지의 장남이자 하나뿐인 아들..저의 나이차입니다. 고생 차암~ 많이하셨죠..^^ 2년전쯤 인터넷에 관심을 갖는 어머니를 위해 덜컥 용산에서 조립pc를 사들고 부모님댁을 찾았습니다. 기뻐하시는 어머니를 어깨넘어.. "이거 비쌀텐데 뭐하러 사왔냐?..너희들이나 쓸것이지.. 반품할수 있으면 가져가!!"라고 무뚝뚝하게 받아주시는 아버지.. 2년이 흐른지금..간간히 메일보내기도 알려드리고 메신져로 대화도 나누며.. 관심사인 수석과 분재가 많이 보이는 사이트도 찾아가시며.. 이제는 '컴맹'이라면 흐믓하게 웃어넘기시는 기본실력은 갖추셨습니다... 최근 좋아하시는 바둑을 게임으로 즐길수 있다는걸 아시곤.. 제게 물으셔서 아이디도 만들고.. 매일같이 온라인 바둑에 푹 빠지셨답니다. 웃음만 나오지만.. 어머니와 두분이서 서로 컴퓨터 앞에 앉으시려고 눈치까지 보신다더군요..^^ 한달만에 부모님댁을 찾았습니다. 며느리 건강한 모습도 보여드리고 오랫만에 아버지와 함께 숯불에 구운 간고등어에 소주한잔하는 즐거움도 누리려구요.. 갈때마다 PC 점검을 해드리는 습관에.. 도착하자 마자 저는 가방의 cd첩을 꺼내 컴터앞에 앉았죠.. 모니터에 무슨 종이가.. 정성스럽게 직접 스카치테잎으로 코팅(?)까지 해서 붙여있더군요.. "이게 뭐지~?? 영화제목인가?...아이디인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중간생략하고... 그 종이 적힌것들은.. 아버지께서 바둑게임중 상대가 패를 인정하지 않고 무승부를 제의하자.. 아버지는 시간들여 한 게임을 그렇게 할수없다고 하시자.. 상대편은 '그럼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게임을 시행하지 않고 시간을 끌어 결국 아버지는 기다리지 못하시고 기권을 누르셨다는군요.. 그래서 화가 나셨고.. 상대편의 아이디와 닉네임..그리고 아래에 보기쉽게 "야비한 바둑"이라는 문구를 적어 스카치테잎으로 감싸서 보이기쉬운 모니터 아래쪽에 붙여두셨던겁니다. 다시 만나거든 게임승인을 하지 않으시겠다면서요.. ㅎㅎㅎㅎㅎㅎ 정말 간만에 와이프와 둘이 신명나게 웃은날이었습니다. 온라인 게임상에서 상대를 다시 만날확률은 정말.. 모래속에서 바늘찾기만큼이나 드믄경우라는걸 아버지는 모르셨던겁니다. 아버지는 화가나셨겠지만..저는 그 상대편도 밉지가 않네요..^^ 순수하고 자식을 위해 일밖에 모르셨던 당신들.. 이제는 제가 한가정을 만들어 늘 곁에는 없지만 늘 행복하시고 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담달이 생신이신데.. 처음이지만 이번기회에 종합건강진단권을 선물로 드려야겠습니다. 모든 부모님들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
알라리꽁알
2005-10-14 1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