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7득명호
새벽 1
새벽은
새벽을 예감(豫感)하는 눈에게만
빛이 된다.
새벽은
홰를 치는 첫닭의 울음소리도 되고
느리고 맑은 외양간의 쇠방울 소리
어둠을 찢어 대는 참새 소리도 되고
교회당(敎會堂)의 종(鐘) 소리
시동(始動)하는 액셀러레이터 소리
할아버지의 기침 소리도 되어
울려 퍼지지만
빛은 새벽을 예감(豫感)하는 눈에게만
화살처럼 전광(電光)처럼 달려와 막히는
빛이 된다 새벽이 된다.
빛은
바다의 물결에 실려
일렁이며 뭍으로 밀려오고
능선을 따라 물들며 골짜기를 채우고
용마루 위 미루나무 가지 끝에서부터
퍼져 내려와
누워 뒹구는 밤의 잔해들을 씻어 내어
아침이 되고 낮이 되지만
새벽을 예감(豫感)하는 눈에겐
새벽은 어둠 속에서도 빛이 되고
소리나기 이전(以前)의 생명(生命)이 되어
혼돈(混沌)의 숲을 갈라
한 줄기 길을 열고
두꺼운 암흑(暗黑)의 벽(壁)에
섬광(閃光)을 모아
빛의 구멍을 뚫는다.
그리하여
새벽을 예감(豫感)하는 눈만이
빛이 된다. 새벽이 된다.
스스로 빛을 내뿜어
어둠을 몰아내는
광원(光源)이 된다.
- 정한모 -
지난달 새벽, 통영항에서 날 반겨주던 제207득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