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i 이 아이의 이름은 Nani입니다. 수마트라의 또바호수 가운데 있는 사모시르 섬의 산골에서 살고 있습니다. 오토바이로 섬 일주를 하다가 산길에서 밤을 만나 조난될 뻔 했는데 이 아이의 아버지를 만나 그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졌습니다. 집이라고 해야 원룸 형태의 커다란 판자집입니다. 화장실도 따로 없고 (그냥 넓은 마당에서 필요한 일을 보면 키우는 개들이 알아서...) 방 한쪽 구석에 모닥불을 피워서 취사겸 난방을 합니다. 식사 때는 매번 인도네시아 라면 한 봉지에 물을 많이 붓고 배추 등 야채를 넣고 끓인 스프(?)와 밥이 전부입니다. 자는 건 항상 깔려있는 돗자리에 담요 한장 덮으면 끝입니다. 처음 보았을 때 나니는 부끄러워서였는지 말도 안하고 무뚝뚝했습니다만, 조금 익숙해지니까 공책을 가져와 알파벳 (인도네시아는 고유문자가 없어서 알파벳을 사용합니다.)을 써보이기도 하면서 조금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교복을 입고 학교 갈 차비를 하길래 사진기를 갖다 대었더니 일어서다가 멈추고 다부지게 포즈를 취하더군요. 아마도 나니는 지기 싫어하고, 성취욕이 강한 성격을 가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의 시골, 그것도 깊은 산골에서 가난한 농군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그녀에게 앞으로 어떤 기회가 주어질까 하는 조금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 그 가족에게 사진과 아이 아버지를 위한 손목시계를 소포로 보내면서 나니 선물로 색연필을 함께 보내었습니다. 잠시겠지만 그걸로 행복해지길 바라면서...
Neil
2005-09-29 1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