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막걸리 축제
인사동이 취해 있다.
전통을 두른 옷도 남루하고 문화의 삿갓도 찢겨진 채.
사람의 파도는 넘실대지만
필방에는 족제비털붓 몇 자루 누워 있고
햇빛 들지 않은 표구사에는 호랑이 몇 마리 쉬고 있을 뿐.
조상의 콧김이 누렇게 묻어난 고물상에도,
번지 없는 미술관에도 우리의 숨소리는 보이지 않는다.
옐로우 필터처럼 콘트라스트만 높여진 거리.
여인의 뒷굽 끈 벗겨진 짝짝이 하이힐처럼
오늘도 인사동은 그렇게 취해 있다.
(2005. 9.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