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초여름의 을지로는 한적했다. 주말이라고 하지만 도심은 너무나도 조용했다.
어수선한 이방인인 나는 그들에게 환영 받았다. 아이가 하고 있던 스티커 떼기를 돕던 난
조금의 이야기를 던질 수 있었다.
나 역시도 사람에게 다가서는건 어려운 일이다.
호감을 이끌어 내는 외모를 가진 것도, 표정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어딘가 수상하지 않을 품새의, 넉넉한 아저씨 같지도 않다.
가끔은 나로 인해 그들의 원모습에 돌을 던져 파장이 생길까하는 소심한 생각을 한다.
타인의 삶에 다가서는 것은 타인의 삶을 방해하지 않을 조용한 셔터 소리처럼
수집이 아닌 관찰의 모습으로,
내 자신도 좀 더 유들유들하게 그 사람의 삶 근처로 다가설수 있어야 한다.
사진가는 삶의 관찰자로서 앎과 깨달음 얻을 수 있지만, 그 뒤에는 그만한 자격이 필요하다.
"어여 잘 서봐, 비비 서있지 말고."
그 새 조금 친해진 아이, 사진 한 장을 찍어둔다는 말에 쑥스러움을 탄다.
더불어 나를 받아줬다는 것에 나는 쑥스럽다.
을지로 ,June 2005.
E100VS, TX-1 Fujinon 45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