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수첩 5 (할머니들의 피서-끝)
끼륵끼륵
갈매기 몇 마리가 피서객들을 피해 방파제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수박살을 헤집던 할머니는 끝내 손을 멈추고 수박을 놓더니 눈을 감았다.
“성님, 해수욕 왔다가 멋허고 있소. 이런다고 그 냥반이 돌아온다요.”
아낙은 할머니가 놓은 수박을 주워들고 붉은 속살을 한주먹 파내 들더니 할머니에게 권한다.
“자, 내가 파드릴랑께 예따 이놈 잡수씨요.”
“......”
할머니는 대꾸도 없고 미동도 없다. 꼭 감은 두 눈에서 반짝 습기가 돌더니, 이내 입시울이 경련을 일으킨다.
“아마 3년 전 요맘 때일 것이요, 장날 머 사로간다고 나간 영감이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요.
그러니 사람이 환장허기는 허지라. 귀신이 잡아갔으면 눈치라도 헐 꺼제마는...”
아낙은 나를 보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오메, 나 팔 떨어져불겄네. 빨리 이거 받으랑께요...”
“......”
“니미 씨발거, 더워죽겄는디 이것이 먼 지랄이여. 내가 성님허고 두 번 다시 으디 댕기나 보씨요.”
걸쭉한 입담을 해대면서도 아낙은 끝내 수박 든 팔을 내리지 않는다.
나는 카메라를 챙겼다.
아낙의 손에 들린 붉은 여름 한 점.
그러나 그것은 여름이 아니었다. 몽환(夢幻)이었고 비수(悲愁)였다.
소멸되지 않는 그리움, 망각되지 않는 사랑, 그리고 살아있는 자가 버티기 힘든 붉은 울음이었다. (*)
(사진 보내드렸습니다. 두 분께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