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거리#38
오늘 같은 날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창이 넓은 카페에서
진한 향의 커피를 마시고 싶다
오늘 같은 날엔
연인들의 추억이 묻어있는
부드러운 크림도 달콤한 설탕도 넣치않은
순수한 커피만의 진한향을 마시고 싶다
오늘 같은 날엔
비내리는 창밖으로
세상이, 삶이 만들어낸
온갖 허물들을 벗어 던지고
끝없는 모래위를 마냥 걷고 싶다
오늘 같은 날엔
안개비에 묻어오는 파도자락 끝을 부여잡고
내 허무함과 쓸쓸함도 더해주고 싶다
오늘 같은 날엔
저 멀리 안개 비를 맞으며 다가오는 여인이 있다면
살며시 다가가
그리움에 젖어 있을 어깨에
조심스럽게 손을 얻어주고 싶다